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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전 글/2ch 무서운 이야기(2018 이전 번역)

[2ch 무서운 이야기]용사 외전 - 승려의 수기 - 5 (마지막)

http://blog.livedoor.jp/goldennews/archives/51647131.html 에서 직접 발췌하여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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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나라는 마법이 번성했다고 한다.


마법사가 조금은 들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묵을 예정이었던 마을은, 마물의 손에 의해 괴멸되어 있었다.


코를 찌르는 썩는 냄새가 자욱하다.


괴멸한 후에 도적들이 털고 간 것인지, 값나가는 물건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예정을 변경하여, 그 다음 도시로 향하기로 한다.




마물이 집단으로 습격해 온다.


지성이 높아 대처에 애를 먹는다.




예전에 사막에서 만난 마물처럼, 말을 이해하는 마물이 있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무기를 휘두르는 팔이 둔하다.




내 비명에 내가 잠에서 깼다.


불침번을 서고 있던 용사가 슬픈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분명 끔찍한 몰골이었겠지.




식량이 줄어들고 있다. 그걸 먹을 수밖에 없는 건가.


하지만 그게 식인하고 뭐가 다를까.




보기엔 육포지만, 입에 넣는 순간 그 마물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른다.


물을 머금고 억지로 넘긴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비가 우리의 체온을 무자비하게 빼앗는다.


용사도 전사도 마법사도, 모두 창백한 얼굴로 떨고 있다.


나도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비는 그칠 기미조차 없다.


용사가 불길한 기침을 하고 있다.




용사가 고열로 걷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마차에 눕혀두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약도 없고, 오래 쉴 수도 없다.


악화일로다.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다.




용사의 기침에 붉은 기운이 섞이기 시작했다.


이동마법으로 돌아가자는 제안도 있있었지만, 이 상태에서 사용했다간 그의 목숨마저 위험해지고 만다.


하지만, 이대로는 죽고 말겠지.


마물이 아닌 원인으로 죽는 경우엔, 소생은 불가능. 다음 도시까지 빨라도 3일.


결단을 내린다.




채집한 마물의 체액을 마차로 가져갔을 때, 용사는 모든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부탁이니까 그렇게 상냥한 눈으로 날 보지 말아줘.


독을 가진 체액을 복용한 뒤, 피를 토하며 움직이지 않게 된 그를 마차에 남겨두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빗소리가 나를 비난하는 소리처럼 들려 왔다.




도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빗줄기에 얼음이 섞이기 시작한다.




새하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눈이라는 걸까.


급격히 추워졌기 때문인지, 마물의 모습도 적고, 움직임도 둔하다.


용사가 없는 것을 고려하여, 최대한 전투를 피해 서둘러 이동한다.




멀리 도시가 보였다.


눈이 쌓여서, 예정보다 늦고 말았다.


마차 바퀴가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빨갛게 튼 손발이 격렬히 통증을 호소한다.




손발의 감각이 없어졌다.


눈이 내리는 기세는 더해져, 보이던 도시는커녕 바로 앞의 풍경조차 보이지 않는다.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것밖에는 없는 걸까.


정말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걸까.




이것을 보고 있는 분께.


우리들은 용사 일행입니다.


눈 때문에 전진할 수 없게 되어, 이 자리에서 눈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체력과 기력 모두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우리 모두가 마물의 독을 복용하고 죽었기 때문에, 소생은 가능할 것입니다.


소생시켜 주신다면 반드시 사례하겠습니다.


부디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3일 후, 우리들은 마법의 나라에서 소생되었다.


몇 번 경험하더라도, 소생되는 순간의 감각은 익숙해질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몸을 데워도, 뼛속에서부터 오한이 올라온다.


마치, 그 날의 밤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만 같다.




우리들을 발견한 것은 도시를 지키는 위병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시 근처에서 마차가 눈에 묻혀 있었다고 한다.


위병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이상 폐를 끼치는 것은 안 될 것 같다.


사례에 관한 서류에 사인하고, 오늘은 자기로 한다.




겨우 모두의 몸이 움직일 수 있게 된 날, 왕이 급히 알현을 명했다.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알현의 장에 가니, 소생 대금으로 거액을 지불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상담한 결과, 지불하는 데 우리나라에 도움을 청하자는 제안을 택하여, 용사가 단독으로 우리나라로 향했다.


우리들은, 용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인질로 잡혔다.


대충 마련된 방에, 세 명이 쑤셔넣듯이 감금되었다.


불빛조차 없는 어두운 방 안에서, 마법사의 훌쩍이는 소리만 울려퍼지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용사는 돌아오지 않는다.


마법사의 시선은 갈 곳을 잃은 채,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눈물만 흘린다.


전사는 마법사에게 몇 번이고 말을 걸다가는 고개를 떨군다.


나는, 그런 둘을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뇌리를 스쳐가는, 버림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고 떨쳐 낸다.


전사와 마법사는 인형처럼 무기질적인 얼굴로 멍하니 있을 뿐이다.


미쳐 버릴 것만 같다. 아니, 이미 미쳐버린 걸지도.


아무 것도 모르겠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우리들은 방에서 나와 왕의 앞까지 끌려오듯 연행되었다.


용사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그는 초췌한 모습으로, 우리를 봐 주지 않는다.


왕에게서 신병의 자유가 주어진 뒤에,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호화로운 방을 지급받았다.


방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 용사가 신경쓰였다. 내일이라도 이야기해 봐야지.




우리들은 인간으로 지내는 것조차 허락받을 수 없는 걸까.




우리나라의 왕은 지원을 거절했다.


물가가 싼 우리나라와, 물가가 비싼 이 나라는 지갑의 내용물조차도 하늘과 땅 차이였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용사는 필사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거절당하고, 이곳에서 온정을 베풀어달라 요청하고, 거절당하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 나라와 우리나라를 왔다갔다했다.


그리고 나오게 된 절충안.


승려, 마법사 두 명의 신병을 팔아넘기는 것.


마법이 번성한 이 나라에서는, 우리들의 가치가 귀중하다고 한다.


이후에, 정기적으로 마물이나 마법에 대한 자료를 제출한다는 것과, 모험 후에 신병의 소유권을 이 나라에서 요구했고,


우리나라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들에게 있어, 우리는 물건 취급일 뿐이라는 걸 이해했다.


누구를 원망해야 좋을까. 무엇을 원망해야 좋을까.


물건에 무언가를 원망할 권리조차 없는 것인가.




물자를 대량으로 지급받고, 나라 전체를 행진한다.


우리가 출발할 때 이렇게까지 대우를 받은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모두, 입이 귀에 걸린 듯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다.


나라 밖으로 나오니, 지금까지 웃는 얼굴이었던 왕의 병사들은 우리를 본 체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우리도 그들을 전송해주지 않고, 나라를 뒤로 했다.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영웅의 나라.


수많은 도시에서 영웅들이 모이는 나라.


몇 번이고 마물의 전진을 막아낸 최후의 대국.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




여행 도중에, 이전부터 용사가 피우고 있던 궐련을 빤히 보고 있었더니, 슥 하고 말없이 건네주었다.


처음에는 연기 냄새 뿐이었지만, 지금은 굉장히 즐거운 기분이다.


세계가 한없이 흔들흔들 흔들려 굉장히 예쁘다.


흔들흔들. 흔들흔들.




최근, 기억이 너무 애매하다.


나 자신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만두자. 오늘이야말로 그만두자.




최근 며칠간, 밤에 마차에서 술과 연초를 즐기는 것이 일과가 되어 있었다.


모두의 얼굴도 밝다.


용사가, 전쟁이 어쩌니, 멸망이 어쩌니 하고 얘기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여섯에서 다섯이 된 게 그렇게 큰일난 건가?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모르는 여자였기에 잊어버린 셈 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어젯밤 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괴로운 일이 있었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머리가 무겁다. 몸이 축 처진다.


도시에도 도착했으니, 오늘은 일찍 자자.


괴로운 일은 전부 잊자.


내일은 좋은 날이 되게 해 주세요.




한없이, 한없이 푸른 하늘이 펼쳐져있던 이 날을 잊을 수 없다.


전사와 마법사의 축복 속에서, 작은 교회에서 그가 반지를 주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분명히 기쁜데. 행복한데, 슬프고 괴롭고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기뻐서 미안해요.


행복해서 미안해요.


나의 행복을 빌어준, 여러분의 얼굴을 기억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이 날만큼은 잊고 싶지 않은 나를 용서해 주세요.




도시에 머무르던 중. 영웅의 나라의 사자라고 하는 무리가 나타났다.


산적이나 도적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에 경계했지만, 도시 사람들의 대응을 보니, 나름대로 신용을 받고 있는 집단인 것 같다.


어느 쪽이든, 상대의 머릿수나 위치를 생각해두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차할 때를 위한, 도망칠 준비만은 해 두자.




의외로, 그들은 매우 신사적이었다.


게다가 경험을 꽤 쌓은 것인지, 마물의 대처도 신속하고, 동작도 세련됐다.


용사와 전사는 이미 그들 사이에 녹아들어, 술잔을 주고받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고, 그런 그들을 보며 마법사가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옛날 이야기 속의 모헙자의 모습이, 그 속에는 있는 것도 같았다.




왕이 있는 도시까지 여행 중, 그들은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적은 인원수로 마물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유효한 마법 활용법이나, 심지어 식용에 적합한 마물의 종류나 조리 방법까지도.


그리고 그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우리는 영웅 같은 게 아냐』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불쌍한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높은 성벽이 둘러진 도시. 여기가 왕이 사는 도시, 영웅의 나라.


몇 번이나 마물의 전진을 막아낸 것인지, 성벽 곳곳에 상처가 새겨져 있지만 든든히 도시를 지키고 있었다.


도시로 들어가니, 남녀노소의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여행하느라 피곤하겠다며 숙소도 소개받고, 쉬는 중에도 끊임없이 누군가가 오랜 여행에 고생했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 온다.


기분 좋은 졸음이 쏟아진다. 이미 늦었으니, 오늘은 자자.




왕은 성이 아니라, 보통보다 조금 큰 집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쾌하게 웃으며 왕이 말하길, 이 나라에는 왕이 살만한 성 같은 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왕은 말했다. 이 나라의 일원이 되지 않겠느냐고.


용사 같은 건 그만두고, 같이 지내지 않겠느냐고.


우리들은 모두 같은 처지라고.


이날에는 대답을 미루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밤새 회의한 결과, 대답을 정했다.


내일, 다시 왕에게 간다.




아침 일찍, 우리들은 여행 준비를 끝내고, 왕에게 향했다.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왕은 이해한 건지, 조금은 슬픈 표정을 한 뒤, 처음 만났을 때처럼 호쾌하게 웃었다.


떠날 때, 한 마디를 던져주었다.


「너희는 지지 말아라」


사람들의 희망, 원망, 질투, 슬픔, 그리고 자신 안의 절망에 지고 만 불쌍한 영웅의 말을 등에 지고, 우리는 영웅의 나라를 떠났다.




(이후의 페이지는 문자가 피로 더럽혀져, 마지막 페이지 이외에는 판별 불가.)




(마지막 페이지)




친애하는 당신에게.


사실은, 이럴 때가 아닐지도 몰라. 당신에게 원망받을지도 몰라.


하지만, 당신이 필사적으로 남겨준 약지(薬指)는, 분명 내가 이렇게 하기 위해 있는 거라고 생각해.


미안해, 당신만 남겨두고 말아서.


미안해, 당신에게 모두 떠넘겨서.


미안해, 정말 좋아해.


만약에, 우리를 모르는 누군가가,


한 손만이라도, 한 손 손바닥의 오분의 일이라도 좋으니, 우리의 손을 발견한다면,


부디 놓아주세요.


분명 세계는, 인간은, 그렇게까지 어리석지도 오만하지도 않을 테니까.


이제 그럴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신에게 기도를 드릴 생각이에요.


언제나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안녕.




(스레 작성자의 말)

이상으로 승려의 수기가 끝났습니다.

영웅의 나라를 떠나 마지막 이야기의 사이는, 처음부터 예정한 대로 쓰지 않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읽어주신 분, 앞으로 봐주실 분들께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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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는 읽으면서도 쓰면서도 울컥하는 감정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이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완전히 직역하지는 않았고, 최대한 본문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전할 수 있도록 조금 바꾼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부분은 원문과 거의 같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용사의 연설 이야기는 모두 승려의 수기를 위한 배경 지식일 뿐인 건 아닐까 싶을 정도네요.


승려의 수기도 별 것 없겠지 하고 중간에 그만뒀었지만, 이제와서 반은 억지로 읽게 되었는데 읽은 보람이 있었네요.


이 이상 여운을 방해하지 않도록,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