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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전 글/2ch 무서운 이야기(2018 이전 번역)

[2ch 무서운 이야기]용사 외전 - 승려의 수기 - 4

이전에 하던 것들은 다 안 건드린다고 하긴 했는데...


오랜만에 글 뒤적이다보니 이거 안 한 게 너무 찜찜해서...


거의 5년도 넘게 잠수탔다가 올리게 되는 거다 보니,


아마 글이 어딘가로 복사도 됐겠고 뒷부분 번역을 한 글도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 이제나마 마저 끝내봅니다.


예전에 벌여놓기만 하고 마무리짓지 못한 게 많았는데 이렇게 하나라도 끝내면 마음이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해서요.


따로 분리는 안 시켰고, 나머지 부분은 http://blog.livedoor.jp/goldennews/archives/51647131.html


에서 직접 발췌하여 번역하였습니다.


*이전 작품을 잊어버린 관계로, 고유명사나 세부묘사 등에서 이전 글과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이전 글들보다 좀더 잔인하고 징그러운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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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도착하여, 숙소에서 쉬는 중에 용사와 전사의 방에서 성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하여 방에 들어가보니, 용사와 전사가 엉겨붙어 드잡이질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를 걱정하는 전사와, 한시라도 빨리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용사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깊은 골이 생긴 모양이었다.


마법사와 함께 어떻게든 둘을 달랬다.


용사가 머리를 식히러 밖으로 나간 뒤, 전 마을에서 내가 알아챈 것을 다른 둘에게 얘기해주었다.


마법사는 알아채고 있었던 것 같지만, 전사는 아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게 오해를 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깊이 생각한다.




눈이 떠져서, 옆 방을 확인해보니 용사와 전사가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들 주변에 뒹구는 술병들로 보아, 밤새 술을 마신 거겠지.


해가 기울기 시작해서야 숙취의 고통 때문에 깬 둘은 힘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얼굴은 밝아 보였다.


우리의 결속이 좀더 단단해진 것 같다.




도시에 머무르던 중, 각자 일을 받아 하기로 했다.


용사와 전사는 주변 도적을 잡아오는 일.


나와 마법사는, 이곳 교회의 장서 관리를 돕는 일이다.


모험의 여행보다도 이상하게 충실해진다.




용사와 전사가 돌아왔다.


보수는 그런대로 잘 받은 모양이라, 식사를 거나하게 할 수 있었다.


일이 어땠는지 둘에게 물어보자,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별 것 없었다」고만 대답했다.


왠지 가슴에 꺼림칙한 것이 퍼져나갔다.




노잣돈도 늘어나, 출발 날짜를 내일로 정했다.


물품을 사러 갈 때, 광장에 붙어있던 벽보가 눈에 들어온다.


도적단이 괴멸했다는 듯하다.


모험자의 손으로 두목 이외에는 그 자리에서 참살당해, 두목도 오늘,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내용이다.


힘없는 눈으로 손을 씻고 또 씻던 용사와 전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둘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뭘 해주고 있었던 걸까.


계속해서 그런 것만 생각하게 된다.




다음으로 목표한 곳은, 건조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물을 잔뜩 준비해서 마차에 보관한다.




마을로 향하는 도중에, 길에서 시체 몇 구를 발견했다.


어느 것도 미이라화가 되어 있고, 마물에게 먹힌 것인지 훼손이 심했다.


목이, 입 안에 모래가 잔뜩 들어간 듯한 심한 감촉이 든다.


머리카락이 까끌까끌하다. 샤워가 간절해진다.


하지만 물은 볼 때마다 줄고 있었고, 여유 같은 건 없다.




이 지방의 마물은 힘줄이 많기는 하지만, 식용으로도 문제가 없는 종류가 많다.


물은, 우연히 수분을 많이 품은 식물을 발견했기 때문에, 다음 마을까지는 어떻게든 될 듯하다.




마을은 괴멸되어 있었다.




괴멸된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니, 우물이 말라 버린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물을 뺏고 뺏기며, 절망스러운 나날을 보냈을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여기까지 오며 봤던 몇몇 시체들은, 이 마을 사람들의 것일지도 모른다.


신이시여, 그들에게 안식을.




용사의 이동마법으로 전의 도시까지 돌아와, 음식과 물을 보충하여 괴멸된 마을까지 돌아왔다.


마을에 남아있던 이동용 마법진이 훼손되지 않았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일까.


이동마법은 사용하면 굉장한 피로가 오는 듯, 용사의 안색이 좋지 않다.


오늘은 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비교적 깨끗한 집을 골라 머무르기로 했다.




전사가, 마을을 뒤져보자는 제안을 했다.


강도와 다를 바 없는 행위를 부추기는가 싶었지만, 전사의 밝은 얼굴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모두가 마을을 뒤져보게 되었다.


내가 담당한 집에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발견했다.


나에겐 이제 신에게 기도할 자격은 없을 것이다.




다음 도시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라고 한다.


작긴 하지만 왕이 머무는 도시이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하는 건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희망에서 절망으로 밀려 떨어지는 건 이제 싫어.




사막에 들어왔다.


여기를 벗어날 때까진, 낮에는 구멍을 파고 쉬다가, 밤에 이동하기로 했다.


물이야말로 생명선이었다. 낭비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그늘 속에서도 용서없이 태양빛은 우리를 태워버리려고 한다.


물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고,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 약초를 입에 넣고 끊임없이 씹는다.


쓴 맛이 났던 건 처음뿐이고, 지금은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기계적으로 입을 움직일 뿐이다.




체력 소모가 너무 심하다.


사막의 적은 야행성 동물이 많고 위험도도 높다.


팔의 상처가 곪아서 아프다.




피곤함과 방심에 마물에게 노려지고 말았다.


다행히 격퇴할 수 있었지만, 마법사가 죽고 말았다.


소생을 위해 되돌아갈까, 앞으로 전진해 소생시킬까.


용사는 전진을 선택했다. 전사는 퇴각을 선택했다.


나는......전진을 선택했다.




전사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전사 뒤에 있는, 수다스럽던 마법사는 죽어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조용하다.




마법사의 부패가 이뤄지고 있는 건지, 코를 찌르는 악취가 퍼진다.


썩은 냄새에 이끌려 오는 걸까, 마물의 수도 늘어난 기분이 든다.


내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마차 안의 마법사의 시체에 파리가 꼬였다.


전사가 필사적으로 쫓고는 있지만, 마법사의 몸에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마법사의 꺠끗했던 얼굴은 너덜너덜하고, 눈은 문드러져 흘러내린다.




겨우 도시를 발견했다.


이미 코는 마비되어,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다.


마차에는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도시에 도착하여, 용사 일행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한참 기다린 후에야 머물러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마법사의 시체는, 마차 째 교회에 옮겨졌다.


전사는 교회까지 동행하고, 나와 용사는 숙소로 향한다.


내일, 왕궁에서 왕을 만나기로 했다.




왕궁에서 왕을 알현했다.


적어도 나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다.


알현하면서 쏟아진 날카로운 시선을 잊을 수가 없다.


알현 후, 교회로 가 봤지만 마법사는 면회 사절이라고 했다.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역시 면회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방에 난 작은 창문으로 살짝 보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처음에는 의미를 몰랐지만, 훔쳐보고 나니 이유를 납득했다.


죽는 순간의 이미지, 파리가 몸 속을 기어다니는 감각, 썩어가는 감각.


그것들이 마법사의 뇌와 몸을 계속해서 갉아먹고 있었다.


구속구가 채워져, 침과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몸을 후벼파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에,


예전의 우아함은 티끌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전사가 멍하니 내뱉은 말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들은 죄인이다」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굉장히 맛없다. 하지만, 둥실둥실한 기분에 이런저런 일들을 잊을 수 있었다.




용사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나도 방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


누군가, 우리를 구해주세요.




마법사가 돌아왔다.


그 후 며칠이나 지났을까, 날짜감각이 애매하다.


마법사의 볼은 홀쭉해져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눈만이 형형히 나를 지켜보고 있다.




마법사의 회복을 기다렸던 건지, 모두 왕에게 불려갔다.


왕에게서 인근 유적에 가, 마물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며칠만 유예를 달라고 용사가 주장했지만, 나라에서 지불해준 마법사의 소생대금이나,


지금 머무르는 숙소의 대금 등을 구실 삼아 내일 출발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을 뿐이었다.


돌아가려는데, 왕에게 나 혼자만 불러 남겨져, 이제부터는 왕궁 전속 사제가 되지 않겠냐고 제안받았다.


왕이 나를 사제로서 원하고 있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절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 도시를 나가고 싶어.




도시에서 출발해 유적에 가는 동안, 아무 말도 없는 상황은 계속됐다.


그렇게 가는 동안, 나는 생각을 멈추고, 마물을 쓰러뜨리고, 부상당한 동료를 치료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신에게 기도해서 누군가를 회복시키는 회복마법을 내가 아직도 쓸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이상하다.




유적에 도착했다.


왕에게 받은 의뢰도 완료했다.




도시에 돌아왔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기분이 가라앉았다.


여행을 계속해서, 나는 강해진 것일까, 약해진 것일까.


그 날의 일은 내일이라도 여기 남겨두자.


토하지 않으면 망가져버릴 것 같다.




결론적으로, 유적에 마물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유적에 있던 것은 작은 마물과 그 어미라고 생각되는 마물.


이 마물을 남겨둔다면, 언젠가 커져서 인간의 마을을 습격하겠지,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용사와 전사가 눈물을 흘리며 마물을 베고, 마법사가 울음을 터뜨리며 마법으로 태워버린다.


비명이 유적에 메아리친다.


「아파」「뜨거워」「죽이지 말아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


숙취라도 있는 건지 기분이 좋지 않다. 기록은 여기까지 해두고 이제 자자.


이렇게,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말하는 마물에 대해서는, 후일, 따로 보고서를 만들어, 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시를 계속 위협하고 있던 마물 집단을 토벌했더니, 도시 안에서 우리들은 영웅 취급을 받았다.


갓 태어난 아이를 한 번만 안아달라며 엄마가 부탁했지만, 완곡히 거절했다.


우리들은 영웅 같은 게 아니야.




용사가 다음 도시에 출발하기로 왕에게 고하였지만 거절당했다.


만약 명령을 어긴다면, 죄인으로 간주하겠다고까지 했다.


아무래도 왕은, 우리들을 국가를 지키는 사람들로 평생 묶어두려는 모양이다.


도시에 떠돌던, 옆 나라와의 전쟁이 곧 일어난다는 소문은 정말인 것 같다.




어디에 가도 감시의 눈이 빛나고 있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여서, 언제나 몸이 늘어진다.




용사가 도시에서 도망치자고 제안했다.


이런 감시 속에서, 들키지 않고 도망치는 일은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도망치면 죄인의 낙인이 찍힌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들은 한참 전부터 죄인이었으니까.




필요 최저한의 짐만 꾸려서, 심야에 도주를 위해 숙소를 뛰쳐나왔다.


감시자가 알아챈 것인지, 곧바로 도시 안에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고함과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는 도시 안을, 우리들은 달려나갔다.


도중에, 집 안에서 겁먹은 눈으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아기를 안고 있던 엄마의 눈과 마주쳤다.


분명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부디 저 아이가, 평범한 사람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음식도 물도 약간씩밖에 갖고 나오지 못하고, 마차도 없다.


그렇지만, 어째서 이렇게 상쾌한 기분인 걸까.


이 밤하늘이 너무나 예뻐서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제보다 푹 잠들 것 같다.




이 나라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옆 나라로 가는 길을 서두른다.


옆 나라는 바다와 가깝다고 들어서, 조금 가슴이 두근거린다.


옛날 얘기로 들었던 거대한 호수를 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다는, 이 몸에 묻은 죄를 씻어내려줄 수 있을까.




보통 옆 나라로 가는 길은 정비되어 있어 여행에도 불편함은 많지 않겠지만, 우리는 쫓기는 몸.


그 길을 지나다닐 수는 없다.


주변에는 녹색이 늘어나고, 몸을 숨기기에는 딱 좋다.


새벽 이슬로 목을 축인다.




가지고 나온 지도가 정확하다면, 이대로 신길을 빙 우회해서 옆 나라의 변경 마을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거기까지 도착만 할 수 있다면, 이동마법으로 사막의 나라를 경유하지 않고 우리나라와 옆 나라를 오갈 수 있다.


이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식량이 아무래도 불안하다.


길을 지나며 몇 종류의 마물을 쓰러뜨리고, 식량으로 적합한 것을 찾는다.




전사가 아침부터, 격렬한 구토와 설사를 반복한다.


낮에 먹었던 마물이 원인일까. 돼지와 닮은 외모에 속았다.


해독 마법이 잘 듣지 않는다. 오늘 밤은 잠들지 못할 것 같다.




어찌어찌 전사가 버텨서 낫긴 했지만, 일어서는 게 고작인 상태였다.


마력을 너무 소비했는지, 두통이 멈추지 않는다.




정신이 들어보니 용사의 등에 업혀 있었다.


아무래도 기절한 모양이다.


갑자기 용사가 「미안해」하고 말했다.


약한 자신이 또다시 미워져서 참을 수가 없다.




나에 이어, 전사와 마법사가 쓰러졌다.


우리들은 여기까지인가.




용사가 혼자서 마을로 향했했다.


움직일 수 없는 우리들은, 산에서 발견한 작은 동굴에서 그를 기다린다.


밤이 무섭다.




손가락이 떨린다. 글자를 쓰는 것조차 힘들다.


마물의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온다.




이곳의 며칠 동안의 기록은은 나중에 남길 생각이다.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우리는 살아 있다.




마물의 소리가 가깝다고 쓴 후에, 우리들의 냄새를 맡았던 것인지, 늑대와 닮은 마물이 몇 마리 나타났다.


어떻게든 격퇴했지만, 전사의 상처가 깊다.




치료마법을 한계까지 쓰고 기절한 뒤, 깨어나면 또 쓴다.


출혈이 심각해서인지, 전사는 자꾸만 춥다고 한다.


밤, 마물이 무리를 이루어 덮쳐 왔다.


전사는 다 죽어가는 숨소리를 내고 있다.




나도 마법사도 상처 투성이다. 전사는 언제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건 여기까지.




용사가 돌아온 것은 그 후로 3일이 지나서였다고 한다.


우리들의 시체는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지만, 소생에 필요한 1/2은 남아있었다는 듯하다.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을 가진 마물이 우리를 구해줄 줄이야. 짖궂은 운명이다.




죽는다는 것. 소생한다는 것.


너무나도 바뀌어버린 마법사의 모습을 보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내 인식이 보잘것없었다는 것을 통감했다.


되살아난 직후의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용사가 도착했던 마을에는, 이동마법용 마법진이 있었지만, 충분한 시설은 아니었다고 한다.


결국, 우리들은 지금, 고향에서 요양 중이다.


가족들은 나를 보고 하루 종일 울었다.


나는 그런 가족들을, 너무나도 멀게 느끼고 있었다.




몸이 움직일 수 있게 된 지 며칠 후, 교회의 고아원에서 맡고 있는 아이들이 내 병문안을 와 주었다.


지금의 나는 그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다음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용사가 있는 곳에 모였다.


내일, 여행을 재개하기로 정했다.


절대로 사명 때문이 아니다.


지인들이 많은 이곳에 머물무르는 건 너무나 괴로웠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는 여행을 계속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편지만을 남겨둔다.


「죄송해요」


그 말만을 써 두고.




목적지인 마을에서 숙소를 잡고, 오랜만에 넷이서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있던 일들, 지금부터 닥칠 일들.


자신에 대한 것, 모두에 대한 것.


술을 처음으로 맛있다고 느꼈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마차를 구했다.


결코 싸지는 않았지만, 이걸로 꽤나 편해질 것이다.


빨리 바다가 보고 싶어.




바람 냄새에 다른 것이 섞이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게, 공기가 끈적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결코 불쾌하지는 않다.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이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항구에 도착했다.


입국은 정말이지 간단하게 끝나 버려서 맥이 빠진다.


숙소에 들어가 쉬고 있었더니 이 나라의 병사가 나타나 내일 알현하라는 명령을 전달했다.


밝았던 모두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졌다.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짐은 꾸려 두자.




다음날 아침, 병사들에게 안내를 받아 간 성은 놀랄 만큼 작은 것이었다.


고향의 성이나, 사막의 나라의 성보다도 훨씬 더 작았다.


거기다, 왕에게도 놀랐다.


나와 별로 차이도 나지 않는 여왕. 그것이 이 나라의 왕.


알현은 간단하게 끝나고, 우리들은 며칠간 머물러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왠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시에서 식량과 물, 장비품을 사들였다.


여러 사람들이 오고가며, 활기가 엄청나다. 눈에 비치는 것들은 신기한 것들뿐이다.


물건을 사는 도중, 몇 가지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바다 너머 나라와 교역하여, 이 나라는 풍족하다는 것.


여왕은 젊어도 사려깊어, 백성들에게 칭송받고 있다는 것.


사막의 나라의 물가가 오르고, 거기서 오는 교역품이 귀하게 취급받는다는 것.


다음 목적지는 바다 너머의 나라가 될 것 같다.




바다 너머의 나라에는, 어떻게 해도 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 필요한 여비였다.


날짜에 여유가 없는 우리들은, 여왕에게 상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못해도 여비가 모일 때까지 머무르게만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장기 체재는 허락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태가 크게 변했다.


모두들 당혹스러울 뿐이다.


여왕의 목적을 알 수 없다.




여왕은 체재 대신, 여비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


대가는, 머무르는 동안 정해진 시간에 알현을 오라는 것이었다.


알현의 방에서 여왕은 지금까지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명을 받았다.


이야기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이유는 모른다.




여왕은 이런저런 질문을 해 왔다.


모험의 여행이 정말로 영웅담으로 전해지는 희망에 찬 것이 아니라는 것.


식량과 물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더니, 열심히 끄덕이며 뭔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목적을 모르는 만큼,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다음 날의 알현은 나와 마법사만 불려갔다.


상대는 여성이지만 왕이란 것은 변함이 없다. 한층 더 경계한다.




어째서 여왕은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걸까.


계속해서 우리에게 사과하는 그녀에게, 나도 마법사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나쁜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날 밤, 오랜만에 마법사와 나는 같은 방에서 밤새 이야기했다.


그녀와 웃으며 이야기를 한 것이 언제였을까.


기묘한 여왕에게 감사를.




아침 일찍, 병사가 우리를 깨워 출국을 명했다.


이유를 물어도, 우리들이게는 알 권리가 없다고만 했다.


조금이라도 믿었던 결과가 이거다. 웃음이 나온다.


마치 죄인과도 같은 취급에, 급하게 일어나 배에 처박힌 우리들의 표정은, 너무나도 무기질적인 것이었다.




바다 너머의 나라까지 이틀 정도라고 선장에게 들었다.


선원들은 어딘가 쌀쌀맞아서, 우리들도 굳이 말을 붙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뱃멀미가 심하다. 육지가 간절하다.


여왕이 울고 있는 꿈을 꾸었다.


언젠가, 그녀의 목적이나 눈물의 이유를 알 수 있는 날이 올까.




6개의 대국 중 4번째. 바다 너머의 나라에 도착했다.


배는 우리들을 내려주고는, 작별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이걸 쓰고 있는 지금도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은 빨리 자자.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시간은 기다리지 않아


빨리 짐을 정리해서, 출발 준비를 해야 한다.


다음 목적지는, 이 나라의 왕이 있는 도시다.




어째서 그녀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눈에 익은 편지가 있었다.


그것은 여왕이 준 편지로, 거기에는 그녀의 진실이 쓰여 있었다.


그녀가 누구보다도 용사를 동경하고, 모험담에 가슴이 설레는 소녀라는 것.


현실의 우리들을 알고, 자신의 무지가 부끄럽다는 것.


자신의 나라는, 백성이 소중하다는 것.


옆 나라인 사막의 나라가 선전포고를 해 왔다는 것.


아마도, 자신들은 이길 수 없다는 것.


그래도 백성도, 자신도, 맞설 것이라는 것을.


마지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래도, 도망치지 않는 용기를 그대들이 주었다』


『그대들의 여행에 축복이 있기를』




다음 도시까지 가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다음에 만날 왕은 어떤 인물일까.


그 여왕과 친한 사이라면, 성격 좋은 사람은 아닐까.


편지와 같이 들어있던 소개장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마물의 강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거기다, 인간형도 늘어났다.


식량에 여유가 있는 지금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그 이후엔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하기가 무섭다.




가도를 지나던 중, 부서진 마차를 발견했다.


부서진 상태로 보아, 마물이 아니라 강도의 습격을 받은 오양이다.


적은 마물뿐만이 아니다.




경계를 위해 2인 1조로 불침번을 선다.


나와 불침번을 서게 된 전사가 멍하니 맗했다.


「우리들은 뭘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용사와 마법사가 불침번을 서고 있을 때, 도적들이 나타났다는 듯하다.


상대는 굶주려 있었는지, 나와 전사가 일어나기 전에 별 일 없이 격퇴할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마법사는 정신적으로 힘든 모양이다.


화염 마법으로 태워버린 상대의 비명이 귀에서 떨어지지 않는 듯하다.


지금은 약으로 재워놓았다.


그녀를 진정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신의 말씀이나 기도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 약과 시간 뿐일 것이다.


내 존재의의에 의문이 생긴다.




2번째의 도적의 습격.


상대는 한때 농민이었던 모양인지, 괭이와 낫을 들고 덤벼왔다.


메이스로 때려눕힐 때의 감촉이 손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도시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중에 도착할 수 있겠지.




도시에 도착해서, 여왕에게 받은 소개장을 전한 뒤에, 우리들은 투옥되었다.


그때 이 수첩을 몰수당해서, 그 기간의 일들은 지금부터 쓰려고 한다.




투옥되고 나서 바로, 용사의 신문이 시작되었다.


절규가 울려퍼지는 속에서, 옆 감옥에서 마법사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신문을 받는다.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결코 여왕을 속이지 않았다.




마법사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용사와 전사가 있는 방에서는 신음 소리만이 들려온다.


나도 비슷하겠지.




이날, 우리들은 사형이 결정되었다.


날조된 죄목은, 왕족에 대한 사칭과 전쟁방조.


미친 듯이 분노하는 왕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여왕과 사랑하는 사이였던 왕의 복수. 라고 하면 아름답게 들릴지도 모른다.


실제로 왕이 외치고 있던 것은, 여왕의 나라와의 교역에 대한 손해 뿐이었지만,


이걸로 신문 받던 나날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공포심보다는 안도감이 컸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다시 감옥에 들여보내지고 3일째 밤.


바깥의 떠들썩한 소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당황한 얼굴로 병사가 뛰어들어왔다.


아무래도 마물의 습격 때문에, 병사의 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짐을 돌려받고, 밖으로 나간 뒤, 회복마법이나 약으로 치료를 받는다.


마물의 수는 많았고, 도시의 손해는 막대했다.




이 중에서 우리들은 대부분의 마물을 토벌하여, 대죄인에서 급작스럽게 구국의 용사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 날, 이 나라의 왕은 도망치고, 그 길에 마물이 나타나 사망했다는 것도 전해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은 5번째의 나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중에 만난 여행 중인 상인에게서 소문을 들었다.


그 나라의 왕이 죽고, 지금은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제 와서는, 우리들에게는 관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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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한번에 다 번역해서 이 글에 넣으려고 했는데


이만큼 하고 보니 아직 꽤 남아있는 듯해서...나머지는 다음 번에 올리겠습니다.


번역은 지금 했지만, 같은 게시판에서 볼 수 있도록 이전 글 카테고리로 올립니다.